라이팅을 이용한 어느 일요일 오후의 야외 촬영

이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촬영을 나가는 것이 순서다.
어느 일요일 오후, 이미 저물어 가는 창 밖을 보며 경치 좋은 곳으로 출사를 나가기엔 너무 늦었음을 깨닫고 고민하던 차에,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아파트 옥상은 어떨까 하는 꽤나 근사한 생각을 해낸다. 영문을 몰라 하시는 경비 아저씨에게 사정 설명을 하고 얻어낸 키로 옥상 문을 열고 나서자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 다가온다. 푸른 하늘에 약간의 노을이 배어들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를 택한 것은 다행히 헛되지 않은 선택이었다.
멀리 아파트 숲 사이, 도심의 빌딩이 낮게 깔린 위로 스모그와 노을이 섞인 대기와 높이 올라갈수록 아직도 짙게 푸른 하늘이 야외 스튜디오의 배경지를 대신하기엔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여느 옥상에서나 볼 수 있는 은색 환기구나 엘리베이터실로 통하는 계단, 바닥에 칠해놓은 녹색 방수페인트의 묘한 이국적 분위기가 유명한 출사지의 좋은 풍경 못지않은 느낌을 줄 것만 간다. 이러한 시간대의 대기는 시시각각 변하므로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기만 하면 바로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멋진 하늘이 맘에 들어 차를 세우고 조명을 설치하다 검게 변해버린 하늘에 안타까워하던 기억이 맘 한구석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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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의 설치
우선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이용해 배경의 구도를 확인하면서 모델이 서야할 위치를 선택한다. 조명을 세팅하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장소이동이 쉽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가장 적당한 구도가 나올만한 장소를 정하고 그 안에서 여러 프레임을 얻어내는 것이 좋다.
일단 어댑터와 스트로보를 미리 연결해놓은 트라이포드를 모델이 서야할 자리 바로 옆에 세우고 엄브렐러를 꽃은 후 조명이 비추어져야 할 적당한 각도로 스트로보와 엄브렐러를 조절한다. 엄브렐러의 조사각도는 어댑터의 꺾이는 관절 부위를 이용해 조절하면 되고, 스트로보는 바운스를 위해 나누어져 있는 헤드 부분을 이용해 우산의 정 중앙에 바운스 되도록 조절한다. 그리고 싱크로 코드로 조명과 카메라를 연결하면 모든 준비는 끝이다. 물론 모델은 이미 제자리에서 오늘의 컨셉에 맞는 포즈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테스트 촬영
구도를 잡은 후 우선 해야 할 일은 배경을 조명 없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보는 일이다. 적당한 밝기의 하늘을 적정 노출을 기준으로 위아래 브라케팅을 해가며 여러 컷을 찍고 lcd화면을 통해 확인한다. 이 시간대의 적정 노출은 f4.0, 1/60이지만, 테스트한 사진들을 비교한 결과 한 스톱 아래인 f5.6 1/60의 사진에서 적당한 하늘의 톤과 은은한 노을이 나타났다, 이 노출로 배경의 컬러를 정하고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다.

스트로보의 세팅
카메라를 모드를 수동으로 설정 위의 노출 수치로 고정시켜 놓고 이번엔 싱크로 코드를 연결한 스크로보를 발광시켜 본다. 스트로보의 광량이 생각보다 강해 모델의 얼굴이 약간 희게 나온다. 노출오버인 것이다.  
스트로보의 노출량을 보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조명을 모델에게서 조금 떨어뜨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이때 간편하기는 하나 엄브렐러가 모델에게서 멀어질수록 확산 효과가 줄어들어 그림자가 강해지고 윤곽이 부드럽지 못하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스트로보의 광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모든 스트로보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멍텅구리 스트로보나 흔히 사용되는 메츠의 45cl-1 같은 모델의 경우 수동모드에서는 최대의 광량으로 작동하는 풀발광만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며, 반면에 캐논이나 니콘의 스피드라이트시리즈 등은 수십 단계의 광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섬세하게 원하는 광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앞서 얘기한 플래시 광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모든 스트로보에서 가능한 방법이다. 플래시의 광량은 고정시켜 놓은 채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의 조절을 통해 원하는 노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f5.6 1/60의 노출에서 배경은 그대로 노출을 유지하고 플래시가 닿는 모델의 노출만 낮추기 위해서는 플래시가 영향을 받는 노출을 조절하면 된다. 즉 f치를 8.0으로 높이고 스피드를 1/30으로 조절하면 심도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있을 뿐 결과적으로 노출 값은 같다. 따라서 배경의 밝기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스트로보가 영향을 주는 노출 값은 1/30이나 1/60에서 모두 차이가 없으므로 조리개만 한 스톱 다운된 결과로 오버되었던 모델의 얼굴 노출이 적정으로 다운 된다.

세팅이 완료된 후 모델에게 원하는 포즈를 주문하며 셔터를 누르는 일만 남았다. lcd화면을 통해 결과물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일반 자연광에서의 촬영과 마찬가지로 여러 자세와 구도의 촬영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만약 배경과 모델이 완전히 분리된 효과를 원한다면 배경과의 노출차를 크게 두고 모델의 무릎 위나 허리정도에서 프레임을 끊어 전혀 별개의 상황으로 보이게 진행하면 된다. 반대로 모델과 배경이 조화된 사진을 원한다면 노출차를 줄여 조명을 모델의 어두운 곳을 보완하는 필라이트 정도로 조명하고, 모델의 발과 주변의 바위나 돌등의 사물까지도 함께 프레임에 넣어 거리에 따라 점차 어두워지는 분위기를 연출하면 된다.
일몰 시간대에는 시시각각으로 하늘의 노출 값이 변하므로 수시로 결과물을 확인해보고 조명의 세팅 값을 조절해주는 것이 요령이다.

흔히 얘기하기를 사진은 재현의 도구라고 말한다.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을 담아내기에 사진만큼 적당한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사진이 재현의 도구인 동시에 표현의 도구란 점이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사물을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고 자신의 관점에서 표현하느냐의 하는 문제도 사진이 지닌 커다란 특성이란 것이다.

아마 이 글에서의 라이팅에 의한 사진은 이러한 표현의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기 위한 한 방안이 아니었나 한다.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내용들을 다소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았나 하는 감이 있지만 무언가 또 다른 자기만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이 순간에도 고심하고 있을 사진인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www. photo-mind.com (월간 photonet 2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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