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측광방식

웬만한 사진관련 책에는 다 들어 있는 측광방법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행여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기에 기본원리 및 실제 촬영에서의 활용과 관련하여 간단하게 얘기하고자 한다. 보통 대개의 35mm SLR 카메라에는 자체적으로 내장된 노출계가 있는데 그 노출계로 화면 안에 존재하는 빛의 양을 결정함에 있어 각 화면의 부분에 따라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가지고 반영해서 결정하는가의 차이, 즉 화면 각 부분의 광량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의 차이에 의해 보통 중앙중점 평균측광과 스팟측광,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평가 측광(또는 멀티패턴 측광이라고도 함)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1.중앙중점평균(Center-Weighted Average)측광
중앙중점평균측광은 전통적인 측광방식으로 대개 화면의 가운데 부분에서 읽은 광량을 60% 반영하고 기타 주변부에서 읽은 광량을 40% 반영하는 방식이다. 기종에 따라서는 중앙부 대 주변부가 70:30 또는 75:25, 아니면 80:20(Nikon F3의 예)인 경우도 있다. 단점은 책에 있는 대로, 지나치게 밝은 부분이나 또는 지나치게 어두운  부분의 면적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이 방식은 졸지에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역광촬영의 경우이다. 어떤 이들은 실루엣으로 촬영하기가 어렵다는 사람도 있지만 실루엣 촬영만큼 쉬운 것도 없다고 본다. 역광에서 중앙중점평균이 읽은 값대로 촬영하면 80% 이상이 제대로 된 실루엣 사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즉 이런 광선조건에서 중앙중점측광방식을 사용하면 주요피사체가 완전히 검게 나와 버리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으로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언덕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촬영하는데 사진을 뺄셈이라고 사람 외에는 전부 온통 하얀 설경 뿐인 화면을 설정한 경우, 역시 중앙중점방식에 의해 나온 노출값을 가지고 그대로 촬영하면 역시 위의 예와 동일한 시커먼 얼굴을 가진 여인의 사진이 나온다. 반면에, 시커멓게 그늘진 숲을 배경으로 역시 인물촬영을 할 때는 그 반대로 얼굴이 하얗게 날라버린 사진이 나오기 십상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개념이 바로 주제인데 그 자체로는 적정이지만 주제(여기서는 사람의 얼굴)는 노출과다 또는 노출부족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출보정이란 말이 생겨났고 이걸 부족 또는 과다의 정도별로 미리 조정해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요즘에는 기본성능이 되어버린 노출보정기능이다. 물론 위의 경우에 주제의 크기, 즉 화면에서 차지하는 면적과 위치에 따라 노출부족 또는 과다의 정도는 달라진다. 옛날에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 일일이 조정했으므로 경험을 중요시했고 또 그래서 뇌출계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이것을 전자과학으로 풀고자 해서 도입된 것이 80년대 후반부터 번지기 시작해서 유행병이 되어버린 멀티측광(또는 평가측광)이다.

  2.멀티패턴(Multi-Pattern)측광/평가(Evaluation)측광  (분할측광)
중앙중점평균측광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아니 통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등장해서 이젠 카메라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되어버린 측광방식이다. Multi-라는 말 그대로 화면을 아예 6개 또는 8개, 심지어는 20개 이상으로 분할해서 각 영역별로 노출을 읽은 다음 그 값을 평균한 값을 최적 노출치라고 되돌려 주는 방식인데 이걸 통계적이라고 말한 것은 각 영역에서 읽은 노출값의 분포유형에 따라 결과(방정식에서는 '해')를 돌려주는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 상정가능한 촬영조건에서의 유형을 미리 정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노출값의 보정정도와 가중범위를 또 유형별로 정의한 다음 어떤 상황의 1차적 측광값이 미리 정해진 어떤 패턴 또는 유형과 유사하면 그 유형의 가중범위와 보정정도 계산공식에 따라 계산해서 최종값을 도출해 준다는 것이다. 말이 꼬인다. 하지만 언뜻 보면 대단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그래서 만능일 것 같지만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아닌 듯하다. 이유는 간단한 것이, 실제 촬영에서는 위에서 공식화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앞서 얘기했듯 주제가 차지하는 면적의 크기와 위치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영역 사이에 주제의 표면(예를 들어 얼굴의 우측 볼)이 걸쳐질 수도 있고 또는 걸쳐질 경우 그 면적의 귀속비율도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달라질 수 있다. 또 주제가 입고 있는 옷의 색에 따라서, 주광의 입사각도와 위치 및 세기에 따라서 반사율도 무지하게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물론 대개의 경우에는 가장 근사한 값을 제공해 주며 무난한 결과를 보증한다. 그렇지만 무난한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되, 바로 이런 점에서 평가측광 또는 멀티패턴측광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덧붙이자면 이론적으로는 분할영역의 수가 많을수록, 그러니까 아마 100분할 이나 1000분할 정도 되고 상정 가능한 경우의 수가 더 빠른 CPU에 의해 더 빨리 확률과 통계에 입각해 연산된다면 그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도 있을까 싶다. 암튼 카메라의 성능비교에서 평가측광의 평가영역을 몇 분할로 하는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3.스팟(Spot)측광
요즘엔 보편화되었지만 예전에는 고급기종에나 탑재되었던 고급기능이다. 말 그대로 화면의 특정 부분만 읽고 다른 부분의 광량은 아예 깡그리 무시해 버린다. 그러니 주제가 명확하고 그 크기가 또한 웬만큼 이상이라면 현재까지도 가장 정확하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측광방식이 아닌가 생각된다.대개의 카메라는 수광각 3도, 즉 화면의 가운데 중에서도 가운데의 약 3도 정도에 해당되는 면적에 대해서만 반사되는 광선의 양을 읽는데 여기서 몇 도라는 것과 몇 %라는 것이 같은지 다른지는 모르겠다.다만 짐작건대 몇 %라고 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고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즉 전체 화면 면적이 24mm x 36mm이므로 864제곱mm가 면적인데 이 중 가운데 26제곱mm(보통 원형이므로 r을 곱해서 하는게 맞겠지만)만을 읽는다고 하면 말이 되는 것이다. 특히 카메라에 내장된 스팟노출 기능은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정밀도가 더욱 향상된다. 망원에서는 그만큼 상이 확대되므로 확대된 영역 중에서도 더욱 협소한 일부분 만을 읽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거꾸로 생각하면 광각에서는 그 효용도가 낮아진다).
기능이 그렇고 보니 카메라 내장 측광방식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측광방식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주제가 인물사진이라면 노출판단의 기준은 무조건 피부색의 톤이므로 이걸로 얼굴의 이마나 볼, 또는 눈 아래 부분이나 턱을 읽어서 노출을 정하고 그대로 찍으면 거의 실패하지 않는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신 광활한 풍경사진이나 반사율이 다른 부제가 많은 사진에서는 피사체의 어느 부분을 읽는가에 따라서 사진자체가 사정없이 달라져 버리게 되므로 결코 사용이 만만하지만은 않은 방식이다. 즉 광활한 풍경사진에서는 피사체의 명암이 극도로 엇갈리지 않는 이상에는 중앙중점 평균측광방식이 제일 적절한 평가방식으로 생각된다.
그런 사진에서 스팟측광이 어려운 것은 자칫 엉뚱한 부분을 읽으면 사진전체가 노출과다나 부족으로 나오기가 십상인 것인데 진짜 문제, 그래서 카메라가 대신 풀어줄 수 없는 문제는 그런 화면에서는 어떤 부분을 읽을 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되 그것은 오로지 촬영자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으로 측광방식이 아니라 노출결정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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