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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세상
-소형 스트로보의 라이팅을 이용한 야외 촬영

2002년 겨울. 차량의 행렬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게 늘어선 어느 주말의 차안에서 마지막 남은 인내심마저 잃어갈 즈음,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고가차도 한 켠에 언제부턴가 점멸하는 하나의 불빛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교통 정체에 지루해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시계의 분침이 움직이듯 느린 속도로 차량의 행렬을 따라 조금씩 다가선 끝에 눈에 들어온 그 빛의 정체는 플래시의 번쩍임이다. 촬영 스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그들이 타고 왔을 중형 버스와 차량들에 둘러싸여 작업에 열중인 포토그래퍼와 모델, 그 한 복판에 솟아있는 조명 스탠드와 엄브렐러, 그리고...  그 사이에서 쉴 사이 없이 터져대는 스트로보의 섬광...
아마도 cf의 스틸촬영이거나 잡지의 화보 촬영 현장일 것이다. 등 뒤로 보이는 하늘에 엷게 배어든 노을과 높은 빌딩 숲이 배경이 되는 다소 도시적인 스타일의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단 몇 컷의 사진을 위해 많은 인원과 고가의 장비가 도열한 한가운데 만들어지는 사진이라면 물론 그 결과물이 예사롭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터넷상에 업로드된 `일반인`들의 사진에 비하면 말이다. 물론 순수 사진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패션이나 광고라는 사진의 분야로 보아야 할 때의 일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잡지나 광고 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인상적인 사진 이미지들은 많은 인력과 장비가 집약된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특히 이러한 사진 이미지의 촬영에는 대부분 태양광이외의 보조 조명이 사용되는데,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로케 촬영의 경우 고가의 카메라는 물론, 사진가에게 양질의 빛을 제공하는 대형 스트로보 시스템의 조명장비와 그 조명을 운용하는 어시스턴트들, 그리고 이 조명 장비에 전원을 공급하는 고가의 파워 배터리나 심지어 이동용 발전기까지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에 힘입어 많은 사진 동호인들이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웹상에서 선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에 의지한 자연스러운 빛에 중점을 두거나, 카메라에 장착된 클립 온 스트로보를 정면에서 사용한 데이라이트 싱크로 정도 효과의 사진이 대부분이며, 야외에서 인공조명을 이용한 창조적인 사진을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사진 애호가라면 흔히 사용하는 최소한의 장비를 가지고 만들어 내는 소형 스트로보 라이팅 사진에 관해 필자의 경험담을 빌어 이야기하려 한다.

사진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의 경우 제대로 된 조명 시스템이 갖추어진 직업으로서의 사진 작업이 아닌 가족이나 지인의 사진을 찍을 경우, 파워팩이나 전원시스템이 딸린 조명장비를 구비하고 나서는 것이 번거로운 것은 물론이다. 보다 단순하고 구비가 용이한 시스템을 고심하던 끝에 앞으로 소개할 라이팅 장비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러한 장비들은 일단 사진애호가라면 일반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데 어렵지 않고 휴대가 용이하다. 차량이 없는 사용자들도 삼각대를 넣을 수 있는 크기 정도의 가방에 모두 갖추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작은 부피인 것이다. 비교적 이름이 있는 회사의 소형 스트로보를 이용한다면 조명의 질 또한 고가의 조명장비에 필적할 정도인데, 필자도 그 편리함에 반해 취재와 같은 일로서의 사진작업이나 포트폴리오의 제작에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인상적인 잡지화보나 광고 사진에 관심이 있고, 그간 일반적인 자연 조명 내에서의 표현에 부족함을 느껴 조금은 다른 시각의 사진을 찾고 있던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자신만의 시각을 표현하는 사진을 간단한 조명 시스템을 이용해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고로 이 글 안에 게재된 모든 사진들은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소형 플래시를 이용한 라이팅만으로 촬영된 것임을 밝혀둔다.

-www.photo-mind.com (월간 photonet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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